초등학교 시절 동전이나 예쁜 무늬가 새겨진 장난감에 얇은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본 적이 있을 것 입니다. 연필을 문지르는 강도에 따라 무늬의 선명도가 나타나고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없이도 누구나 훌륭하게 사물을 재현해 내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죠.
나무판이나 잎, 천 따위의 면이 올록볼록한 것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 등으로 문지르면 피사물(被寫物)의 무늬가 베껴지는데, 그 때의 효과를 조형상에 응용한 기법이 바로 '프로타주(frottage)'입니다. ‘마찰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 어 ‘frotter’에서 나온 프로타주는 20세기의 중요한 미술기법 중 하나로 볼수 있습니다.
이 기법은 우연이나 무의식을 중시하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다루었는데, 특히 독일 태생의 에른스트Max Ernst(1891~1976)는 콜라주와 함께 이 기법을 사용한 대표적 작가였습니다.
프로타주는 에른스트가 바위나 나무의 거친 면에다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얻게 되는 이미지에 주목한 후, 쉬르레알리슴(초현실주의)의 독특한 기법 중 하나로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작자의 의식이 작용하지 않은 차원에서 우연히 나타나는 예기치 않은 효과뿐 아니라, 몇 가지 피사물을 의식적으로 짜맞추는 경우도 있고, 혹은 거기에 나타난 무늬에서 힌트를 얻어 붓을가하여 표현되어지기도 합니다.
막스 에른스트의 <박물지1926> 中
에른스트는 어느날, 마룻바닥의 얼룩을 보고 있다가 거기에서 온갖 환각(幻覺)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이 기법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기법에 의한 《박물지》 속의 나뭇잎 등의 형상은 인간의 머리, 괴물, 바다 풍경 등으로 변모하고, 의식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타주는 서양뿐아니라 동양에서도 '탁본'이라 하여 석비의 글씨나 물고기 등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오래 전부터 쓰여왔습니다.
1. 감각드로잉 (프로타주를 사용하여 사물 표현하기)
: 나무나 돌, 바닥 등 다양한 곳에서 소스를 찾습니다. 우리가 찾은 여러 소스들은 하나의 그리기 재료가 됩니다.
그리기 재료들이 다 모아졌다면, 이재 재료들을 사용하여 주어진 정물을 표현합니다.
정물의 질감, 형태, 덩어리 어떤것에 초점을 맞추어도 상관없습니다. 연필을 강하게 문지르기도 하고, 약하게 문지르기도 하며 표면에 나타나는 무늬를 관찰해 보세요.
이때, 예기치 않은 우연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경험해 봅니다.
2. 작가소개
: 프로타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독특한 회화 적업을 하는 정명국작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정명국 작가의 프로타주는 초현실주의자들이 노렸던 효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프로타주기법을 통해 의식 밑바닥에 깔린 기억.
즉, 낯선이미지를 통한 무의식을 표현하는데 반해 작가 정명국의 프로타주는 매우 친근합니다. 그의 작업에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자동차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납니다.
<디럭스 봉고>
작가가 모델로 삼은 봉고차는 20여년동안 생활의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폐기 처분된 것 이라고 합니다. 음화된 사진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디럭스 봉고>는 일종의 디럭스 봉고 영정 사진 같습니다. 모델로 선택된 디럭스 봉고는 차주의 개인사를 간직한 기념비적 대상인 동시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앨범 같은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 앞에서 개별적 추억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흑백 영화를 보면서 아련한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