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중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올려집니다.
첫째는 미술로 말하기로 근년도에 수업한 의미만들기 수업과 창의적 드로잉 수업시간의 내용 중에서 선별하여 올리고 있습니다.
둘째는 학생 '?' 시리즈 입니다. 학생 '?' 은 예년 퍼포먼스 미술학원의 졸업생 포트폴리오를 크게 분류하여 삼자적 관점에서 다시 돌아 본 내용을 올리고 있습니다.
셋째는 감각 드로잉 시리즈입니다. 가시적 한계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새로운 관점의 표현을 공부하게 될 것 입니다.
네째는 아무거나 # 입니다. 아무거나 # 에서는 포트폴리오 제작에 있어서 고민되는 여러 부분에 대한 생각과 미술관련 정보를 나누게 될 것 입니다.
다섯째는 나뿐 드로잉 ( one and only drawing ) 입니다. 나 뿐(쁜) 드로잉은 퍼포먼스 미술학원의 기초드로잉 수업 내용 입니다.
기초 과정은 잘 익히면 자기만의 독창적인 표현의 세계를 만드는 튼튼한 바탕이 되지만, 잘못 익히게 되면 천편일률적이고 나쁜 표현의 습관을 갖게도 됩니다.
여기에 소개되는 기초드로잉 또한 마찬가지로 약과 독이 함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아무거나 #1
자, 질문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학생은 무엇을 잘 하나요?
대부분은 생각이 안 난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금방 무언가가 생각이 나더라도 좀 더 다른 것을 찾아볼까요?
뇌도 하나의 근육이라서 사용할수록 단련된다고 합니다.
생각을 해 보세요.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세요.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고민해 보세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습니다.
잘 되나요?
생각할 때 생각이 잘 안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떤 장애물 같은 거겠죠.
제 생각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유념하면 좀 더 뇌가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습니다.
먼저, 자기검열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자기검열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스스로 미리 가지를 쳐버리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것이니까 자꾸 안쪽으로 갇히거나 늘 하던 생각 안에서 맴돌게 됩니다. 자기검열이라는 말을 쉽게 표현한다면 '솔직해지기'정도일 겁니다. 머릿속에서라면 완전히 망가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신경을 곤두세워 솔직해보세요.
두 번째는 좀 더 과감해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자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유롭게 생각을 해도 입 밖으로 그 생각을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검열이 가장 극심해지는 단계지요. 하지만 그걸 말해버리면 생각보다 별게 아닐 때도 많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할 때 자신감을 갖는 것은 앞으로 작업을 해 나갈 때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마음껏 공상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여러 가지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나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기 마련인데요. 아무래도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도 심란하고 초조하기 때문에 뭐든 운신의 폭이 좁아집니다. 그런데 사람은 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또 어떤 한계도 가지고 있는 존재라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지 않으면 다른 것을 해나가기가 힘듭니다. 목욕을 한다거나 노래를 부른다거나 정해진 시간만큼 게임을 한다거나 청소나 정리를 한다거나,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좀 릴렉스 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공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잠깐씩이라도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를 만들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조금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겨날 겁니다. 그동안 잘 안하던 생각들은 그런 상태 안에서 확장되기 쉽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생각할 때 자기검열을 하지 않도록 하고, 좀 더 과감해지자고 제안하면 학생들의 얼굴이 상기됩니다. 눈이 빛납니다. 그런 표정들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다시 얘기를 해보면 조심스럽지만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들려줍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훨씬 다양하게 대답을 하곤 합니다. 가끔 어떤 학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데,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상당히 긴 고민상담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가끔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에 완전히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주의할 점이란 우리가 '솔직해지자' '과감해지자'라고 마음먹었을 때 갑자기 정신의 고삐가 풀려버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감정은 끝도 없이 뻗어나가고 마구 달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가 생각해보자고 했던 것들이 점점 과장되기 시작합니다. 나의 사고와 감정이 마구 달려 나갈 때 그것을 막을 필요는 없지만 그 고삐를 제어하는 끈을 아주 조금은 잡고 있어야 합니다. 잘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던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과장시킨 경우가 많아요. 과장되어버린 생각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생각들은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이 확실히 좋습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가끔 '깜지'라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자동기술'인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쓸데없는 생각의 파편들, 문장들, 이미지들, 외침, 욕설, 한숨.. 등등을 빠른 시간에 걸쳐 마구 적어 보는 겁니다. 뇌 속에 잔득 쌓여있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심정으로 줄줄줄 써내려 갑니다. 속이 시원해지거나 많이 덜어냈다는 느낌을 받을 때까지 몇 장이고 계속 써내려갑니다. 글씨체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완전히 정신을 놓는다는 기분까지 가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살짝 정신을 차린 상태, 개운한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못 적습니다. 써내려가라고 해도 멍하게 앉아 있기만 합니다. 애매한 표정으로, '뭘 쓰란 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바로 그 생각을 적어나가면 됩니다. '뭘 쓰지?'라고 실제로 적고 이후 줄줄줄 떠오르는 것들을 글로 바꾸어 적는 것입니다. 흐름이 자꾸 끊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상태를 리셋해가면서 진행하면 어느새 됩니다. 물론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할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