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H’의 불안함
학생‘H’는 그림을 매우 잘 그리는 학생이었다.
흔히 말하는 손재주가 참 좋았다.
그리고 좀 예민했다.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진행 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가끔 본인의 심리 상태가 드러나는 그림을 종종 그리곤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그 마음 상태를 그려낼까 하는 것이다.
계속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지금부터 포트폴리오 타임!’
아무리 외쳐도 하늘에서 포트폴리오가 뚝~!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학생‘H’의 그림을 보자.
그네가 모여있다.
조금 더 지켜보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
바람이 부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그네가 움직인다.
그리고 왠지 주변에 다른 놀이 기구는 없을 것은 황량함이 있다.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면 그네끼리 부딪힐 것이다.
나는 저 그네를 탈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학생‘H’는 자신의 불안함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상황을 연출하듯 그렸다.
그래서 보는이는 그림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그려져 있는 상황이 불안하게 보이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 그림은 불안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항상 예민해야한다. 그림에 예민해야하고 본인에게도
예민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리는 그림’만 평생 그리게 된다.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