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뿐 드 로 잉 1 ( one and only drawing 1) - 컨투어드로잉
*수업중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올려집니다.
첫째는 미술로 말하기로 근년도에 수업한 의미만들기 수업과 창의적 드로잉 수업시간의 내용 중에서 선별하여 올리고 있습니다.
둘째는 학생 '?' 시리즈 입니다. 학생 '?' 은 예년 퍼포먼스 미술학원의 졸업생 포트폴리오를 크게 분류하여 삼자적 관점에서 다시 돌아 본 내용을 올리고 있습니다.
셋째는 감각 드로잉 시리즈입니다. 가시적 한계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새로운 관점의 표현을 공부하게 될 것 입니다.
네째는 아무거나 # 입니다. 아무거나 # 에서는 포트폴리오 제작에 있어서 고민되는 여러 부분에 대한 생각과 미술관련 정보를 나누게 될 것 입니다.
다섯째는 나 뿐 드로잉 ( one and only drawing ) 입니다. 나 뿐(쁜) 드로잉은 퍼포먼스 미술학원의 기초드로잉 수업 내용 입니다.
기초 과정은 잘 익히면 자기만의 독창적인 표현의 세계를 만드는 튼튼한 바탕이 되지만, 잘못 익히게 되면 천편일률적이고 나쁜 표현의 습관을 갖게도 됩니다.
여기에 소개되는 기초드로잉 또한 마찬가지로 약과 독이 함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놀이 = 컨투어
지금의 수능에 해당하는 80년대 대입학력고사는 시험과목 수만도 10과목 가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대학을 가려면 학력고사에서 미술이론 시험까지 보았습니다. 때문에 고등학교 수업은 아침과 저녁의 자율학습?을 제외하고도 하루 수업이 9,10교시로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과외금지 조치가 시행되던 시절이라 방과 후 학과 학원은 다니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래도 흥미 없는 과목의 수업시간에 쏟아지는 졸음과 무료함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한 반 정원이 70명을 넘는 교실에서 선생님 혼자 혈기 왕성한 남학생을 교육하고 통제하기 위해선 폭력적인 물리력도 빈번하게 동원되던 시절이었기에 마음대로 잘 수도 없었고 딴 짓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런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들키지 않고 시간을 때우는 방법으로 개발한 나만의 시간 때우기 놀이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강의를 듣는 척하며 교탁 앞을 바라보며 칠판 주변의 화병이나 사물, 친구 뒷모습 등을 노트를 보지 않은 채 그리고 있다 보면 어느 샌가 기쁘게도 수업 종료종이 울렸습니다. 선생님들은 지루한 수업시간에도 졸지도 않고 열심히 경청하는 머리 나쁜 학생쯤으로 생각하셨는지는 몰라도 이 놀이 덕분에 낙서를 하다가 불려나가 혼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종이를 보지도 않고 그리는 연습이 되어서인지 늦게 시작한 입시미술도 빠르게 적응하였습니다. 처음 미술학원엘 간 날도 연탄난로에 쥐포를 구우시던 선생님은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고 그 유명한 아그립파를 그려보라 했지만 형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은 낯설지가 않았고 미술학원에서는 종이를 안보고 그릴 이유도 없었기에... 첫 날부터 소질이 상당하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
대학 1학년 때부터 홍대 앞 미술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잘 그리는지도(당시 입시미술의 잘 그린다의 중요한 기준은 사실적인 형태력이었습니다.) 배우지도 못했고, 사실 내가 왜 잘 그렸는지도 몰랐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가르치는 미안함에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만난 책이 1987년 가을에 초판 발행된 ‘현대 드로잉 기법’(미진사) 이었습니다. 번역서였기에 당시에는 생소한 용어들이 아주 낯설었지만 나의 눈을 끈 것은 ‘제스처 드로잉’과 ‘블라인드 컨투어’ 등을 설명하는 글이었습니다.
읽어보니 이 두 드로잉은 고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내가 하던 즐겨하던 '시간 때우기 놀이'였습니다.
블라인드 컨투어
1)처음에는 연필보다는 볼펜을 이용하여 그려보자.
2)관찰 대상과 그림이 시선 안에 같이 보이지 않도록 대상물과 그림의 위치를 멀리 떨어뜨려 놓고 그린다.
3) 종이를 보지 말고 관찰하는 대상의 구체적인 윤곽선을 일정한 눈의 속도로 천천히 따라간다. 이때 손은 눈이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과 일치시키며, 자기검열 없이 그대로 표현한다.
4)어릴 적, 투명한 유리창위에 한 눈을 감고 싸인펜으로 비춰지는 창밖 풍경을 본떠보던 놀이처럼 눈과 손이 움직이는 시간과 위치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5)눈이 따라가는 대상이 어떻게 잘 그려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5분정도는 종이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눈과 손의 일치에만 몰입되어 있어야 한다. 눈으로 입력된 정보가 동시에 손끝으로 전달되어 출력되는 것에만 집중하자. 이 형태는 무엇인데...이 형태는 이런 모양인데...라는 관념이 끼어들어 선 안 된다.
6)외곽선만을 따라 전체를 다 그리려 하지 말고 관찰대상의 부분만을 그리더라도 내부의 윤곽선도 따라 그리면서 크게 그려보자.
하프 블라인드 컨투어
1)기본적인 동작은 블라인드와 비슷하나 크게 두 가지가 다르다.
그리는 중간 중간 손을 멈추고 그림을 봐도 괜찮고, 그림에서 연필을 떼도 된다.
그림을 보며 어색한 비례나 기울기에 대해선 새로운 선으로 고치지만 지우개를 이용하여 지울 필요는 없다. 잘못 그려진 선도 그림 안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흔적이 되기도 하며. 잘못된 선을 통해 정확한 위치와 방향을 찾을 수 있다.
2)그림을 보는 시간엔 되도록 그리지 말고 연필을 종이에서 떼고 대상과 그림을 번갈아 보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찾은 후 수정하며 다시 그려 나간다.
3)컨투어는 그리기의 기본 기법이기도 하며 관찰력과 표현력을 심도있고 예민하게 키워주는 감각훈련이다. 그리기는 대상을 관찰한 후에 표현하는 방법도 필요하고, 관찰하는 대상 없이 상상만으로도 표현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대상을 관찰함과 동시에 표현하는 컨투어 기법도 반드시 익히도록 하자.